본문 바로가기
역사

아랍 유진 로건 : 서구 열강들의 과거 아랍에서의 과오에 대한 반성

by 수다스러운 햇빛 2023. 6. 1.

전 세계적으로 IS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에 의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슬람의 반인륜적인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테러=이슬람=아랍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공하게 만든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비이슬람권의 편견이나 선입견은 정당한 것일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아랍 전문가인 저자 유진 로건이 이 책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저자는 서구인이지만 아랍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는 아랍 지역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516년부터 2011년의 아랍 혁명을 다루면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부터 중동의 이라크까지, 아랍에 대해 우리가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느꼈던 것의 실체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아랍의 불행의 씨앗은 단연코 서구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편의적인 영토 분할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이스라엘 건국이다. 1차 대전 중 영국과 프랑스는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비밀리에 맺고, 헤르몬산(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에 위치)에서 서쪽 해안까지 이어지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아랍지역을 분할해, 북쪽 지역은 프랑스가 지배하고 남쪽 지역은 영국이 지배했다. 이후 정치적 편의를 위한 분할과정이 지속되면서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등의 중동 국가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아랍 내의 종족이나 문화적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더 복잡해 보인다. 영국이 아랍인들에게 호감을 사기위해 1차 대전 중인 1915아랍에는 아랍인들을 위한 국가를 세워주겠다라는 맥마흔 선언을 한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막강한 경제력의 소유자인 유대인들게 호감을 사기위해 1917년에는 중동에 유대인 국가를 세워주겠다는 벨푸어 선언을 한다. 동시에 할 수 없는 부도수표를 발행한 것이다.

 

1차 대전은 영국과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중동의 거대 제국 오스만 투르크 영토는 터키만 남고, 나머지는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프랑스 통치 지역은 시리아, 레바논, 알제리, 모로코가 되고, 영국 식민지는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집트가 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영국의 식민통치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재미있다. 그 지역에는 석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은 2차 대전 중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해 이중적인 정책을 반복한다. 아랍 국가들의 석유가 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을 받은 유대인들은 각종 로비와 여론몰이를 통해 팔레스타인에서의 유대인 국가 건설을 대세로 만들어간다. 결국 1947UN이 나서서 결의안을 만들어 내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에게 각각의 나라를 세워주면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은 UN이 관리한다.

 

문제는 이스라엘은 찬성하지만 수천 년 살아왔던 땅을 빼앗기게 된 팔레스타인인이 찬성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유대인은 단독으로 1948514일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언한다. 건국 과정이 해방 후 우리나라의 건국 과정과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중동 분쟁의 씨앗이 잉태된 것이다.

 

이상의 정리를 통해 중동으로 인한 끊임없는 갈등은 아랍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4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이슬람을 믿는 아랍인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우리의 섣부른 선입견과는 달리 이슬람은 그만의 고유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통해 1400년의 역사를 면면이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약소국으로서의 설움과 핍박으로 원치 않은 역사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아랍과 서구권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테러에 대한 책임에 대해 아랍은 비판받아야 한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수단까지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세기 서구 열강들에 의해 저질러진 중동에서의 과오 또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의 화약고는 중동과 동북아시아다. 따라서 이 두 곳의 안정이 곧 세계 평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동의 평화를 희망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테러의 기원을 알 수 있어, 단순히 선악의 관점에서 이해하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고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았다. 독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서구 열강들의 과거 아랍에서의 과오에 대한 반성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수채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