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함께하는 수필 삼국지

서진의 역사서인 진수의“삼국지”를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 삼국지, 즉 “삼국지연의”이다. 이 책은 경남도민일보 구 주모 사장이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것으로, 저자가 삼국지를 오랫동안 읽고 느껴온 바를 다양한 고전들을 통해 삼국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한 편의 수필이다.

 

사실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지만,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도배한 SF영화를 보듯 읽었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줄거리 외에 의미 있는 것을 삼국지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무용담에 빠졌을 뿐 삶의 지혜 하나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재미를 넘어 좀 더 본질적으로 삼국지에 다가가 인생의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삼국지연의”와 정사“삼국지”,“자치통감”의 내용을 위주로 하면서, 사기를 비롯한 역사서, 논어 등의 고전, 세설신어를 중심으로 한 필기류 등 다양한 중국고전과 문학작품을 인용하여 글을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지혜, 좌절, 기사, 역사, 선비, 풍운 등의 6가지의 대주제 하에, 각각 4~8개의 소주제 글을 담고 있다.

 

이들 각 소주제에서 삼국지의 다양한 인물들을 정사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 이들을 통해 현재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1부‘지혜’편의“위를 헤아리고 아래를 포용하라”에서부터 마지막 글인 “의리와 리더 유비”까지, 처세술로써 뿐 아니라 좀 더 가치 있게 살아 갈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 하고 있다.

 

2부“좌절”편에서는 제갈량, 조식, 유봉, 위연 등이 왜 성공보다는 좌절로 귀결되었는지를 설명하고, 3부“기사(奇事)”편에서는 재미있을 법한 삼국지연의 속의 일화들을 정사에 근거하여 말해준다. 4부“역사”편에서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대해, 5부“선비”편에서는 난세에 다양한 인간들이 어떤 처신을 하는가를 보여주고, 특히 채옹, 왕수, 이평, 장완, 비의 등의 인물을 통해 난세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들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6부“풍운”편에서는 한(漢)나라의 인재채용방식으로서 덕을 기준으로 한 천거제도의 폐단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써 조조의 유재시거(唯才是擧,덕이 없더라도 재주만 있으면 천거)정책을 언급한다. 유재시거는 위나라를 건국하는데 기여를 했지만, 오히려 충성심보다는 시류에 영합하는 자들이 득세하게끔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조조 사후 사마 씨 부자의 쿠데타 당시, 조 씨 가문에 대한 충성보다는 새로운 실력자인 사마의에게 영합함으로써 위는 망하게 된다.

 

다양한 고전을 통해 소설 삼국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재미를 얻고자 한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