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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by 수다스러운 햇빛 2023. 4. 18.

현 정부가 물려 날 시기가 점점 다가오면서 MB 내지 MB정권의 비판서라 불릴 책도 늘어나는 것 같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자칭하여)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비리도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나 이상득 의원 같은 정권의 최고 실세와 관련될 수 있을 비리까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보면 MB가 물러날 때가 됐긴 된 모양이다.

 

MB 내지 MB정권 비판서라고 불릴 만한 책은 많이 나와 있는데, 닥치고 정치, 달려라 정봉주, 보수를 팝니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 나는 꼼수다 1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진보집권플랜, 조국 현상을 말하다등도 일정 부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여기에 명진 스님의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가 추가된다. 전작 스님은 사춘기가 스님의 성장 과정과 불가의 수행 이야기라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MB정부 4년간 스님이 세상과 소통하며 MBMB정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던진 사회 성찰 이야기다.

 

1장 허언필망(虛言必亡), 2포항형제파의 권력사유’, 3무너진 법치 무너진 민생’, 4국정문란국기문란’, 5최악의 대통령’, 6내쫓기의 달인과 봉은사 사태까지 신랄하게 MBMB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러나 스님은 소모적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마지막 7다시 희망을 위하여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희망을 찾는 노력을 보여준다.

 

좌파 스님이라 비난받으며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났던 명진 스님.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나의 시각으로 볼 때, 역대 정권과는 달리 현 정부 들어서 종교 문제로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승만,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장로 출신이었지만, 유독 현 정권에서 종교적 잡음이 심한 것은 왜일까? 보수적인 부시 정권 하의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집단의 영향을 받았는지 기독교 원리주의 비슷한 냄새가 느껴진다. 정교분리의 대한민국이 지난 4년 간 정교일치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을 무릎 굻려 기도시키는 목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을까! 무릎 꿇리는 목사나 무릎 꿇는 대통령이나 모두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이상한 분위기는 정치에만 느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방송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연예인들의 나와 교회 다니는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이전 정권의 오락 프로와 그 횟수를 비교한 적 없지만 과거에는 거의 본 기억이 없다. 고소영 내각이니 하며 특정 종교를 가진 인사들이 출세하는 사회 분위기가 방송 출연자에게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들 개인이야 자신의 삶이 힘들어서 종교에 의지하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수도권의 한 도시에 1년 여 살면서 그곳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자주 본 적이 있었다. 그곳 일반 열람실에는 달력이 하나 걸려 있었는데, 열람실에 걸린 달력을 처음 보는 터이라 호기심에 자세히 보니 모 교회에서 만든 달력이었다. 도서관도 공공 기관인데 특정 종교의 달력을 걸어 놓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회에서 임의로 걸었는지, 도서관에서 또는 도서관의 양해 하에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도서관에 문의해 보려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 것 같아 기분에 그만 두었다. 만약 도서관에다 절에서 만든 달력을 걸어 놓는다면 그곳을 이용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시주받고 있는 스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회개하라고 하는 열혈(?) 신자도 있으니 상상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은 절에 다닌다는 말을 하면 이상하게 들리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 취급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왕따 당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교회 다닌다고 말하는 게 유행이 되어 버린 것도 같다. 시상식에서 영광을 하느님에게 돌린다고 말하면 그럴듯해 보이고, 부처님에게 돌린다면 이상할 것 같다. 물론 불교 자체의 성격 상 그런 수상 멘트는 대한민국이 불교를 국교로 정한다 해도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저자가 MB를 위장 전입, 탈세, 범인 도피, 위증 교사 등의 전과자로서 부도덕한 사람으로 비판하는 것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그가 5,000만 대한민국의 국민들 이끌어 가야 하는 지도자이기에 그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잘 살고 못 살고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저자는 MB와 정권에 때로는 과하다 할 비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비판을 고깝게 듣기만 할 뿐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정작 국민의 말에는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후천적 소통거부증후군이 남은 1년에도 치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MB를 선택한 결과를 통해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한 능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력하며 사상누각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비록 이 책이 MB 정권을 비판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만, 오로지 물질적으로만 잘 살려고 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한 각성과 도덕적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있고 도덕이 있고 서로 돕고 사는, 살맛나는 세상이어야 행복한 세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로의 입에 밥 넣어 주는 나눔이 극락이라고 저자는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인의 현실 참여 내지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는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대개 기독교 목사의 참여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종교가 참여해야 할 때는 참여 안하고, 참여 안하는 이유로써 종교의 현실 불개입 원칙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정작 참여하지 말해야 할 때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자주 참여하여 온갖 병폐를 야기한다. 아무튼 저자는 앞의 질문에 대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생을 제도하는 스님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MBMB정권에 실망한 것은 그를 찍었던 사람이나 찍지 않았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MB정권에 대한 비판은 그렇다 해도 MB 개인에 대한 비판은 과한 면이 있지 않나 말하면 사람들에게 왕따 당할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나 업보라는 불교의 개념으로 보나 과한 면이 있다면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0년의 민주 정부, 특히 직전의 참여 정부와 노무현에 대한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해댔던 과한 조롱과 비난의 자업자득 말이다. 2009523일 노무현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지만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집권 당시만 해도 그를 조롱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고 할 만큼 당연시하는 분위기였고,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면 적대적인 눈으로 쳐다보는 상황이라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나만 해도 노무현을 비난하는 주위 사람에게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한풀이 정치하는 게 그리 좋냐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레파토리다. 평소 읽는 신문의 종류가 예상되는 멘트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것도 일종의 세뇌다. 아무튼 당시의 생각을 MB에도 적용한다면 지금 국민 정서로 봐서는 욕먹을 일이겠지만, 그래도 과한 측면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르고 하는 말일까? MB가 퇴임하고 냉정하게 현재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비난이 과했는지 자연스럽게 국민들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겸허한 성찰과 물음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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