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의 내용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같은 고상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으로 예상했다. 다만 제목을 봐도 느낄 수 있듯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적절히 포장한 정도의 조언을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첫 페이지부터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헌팅의 기술을 다루는 것이 스포츠 신문에 어울릴 것 같은 주제라는 생각부터 든 건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기 때문일까? 자신의 분야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철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200여 페이지의 내용 중 하나라도 건질 게 있으면 좋은 책이라는 평소 생각에 따라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다행히 그 이상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재미도 있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성에게 접근하여 유혹하는 행위인 헌팅의 정확한 영문 표현은 픽업(Pickup)이다. 그리고 픽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행하는 사람이 저자와 같은 픽업 아티스트이다. 픽업은 크게 Pre Game, Mid Game, End Game의 3단계로 나뉜다. 픽업을 하나의 게임으로 규정한 것이 흥미롭다. 프리 게임은 주로 처음 보는 낯선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approach), 대화하게 행동을 이끌어 내는(attraction) 단계이다. 미드 게임은 필드의 꽃으로서, 픽업 아티스트의 실력을 결정하는 척도로, 미드 게임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당일 계획했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엔드 게임은 타깃 이성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명분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접근 공포증이다. 접근 공포를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거절의 두려움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적절한 조언을 한다.
내가 approach하면 거부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녀에게 거부반응이 나올 리 없다. 나는 알파 메일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하듯 말을 거는 것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겠는가?”
approach에 성공하더라도 상대는 자기 갈 길로 그냥 가 버릴 경우이다.
“오픈한 것만으로 성공이고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바쁘게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놓은 가치를 지닌 이성이라 approach가 두렵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아무리 콧대가 놓은 이성이라도 내가 말을 걸어 주는 것은 곧 행운이다. 알파 메일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가 가여울 뿐이다.”
나보다 키가 크고, 몸매도 연예인 급이라 말 건네는 것조차 벅차다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보다 키가 크고 몸매도 연예인 급이라면 두말없이 말부터 먼저 걸어라. 이런 이성을 앞으로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즉 아깝기 때문에 시도해라. 정작 상대는 어프로치를 못 받았을 수도 있다.”
approach에 실패하면 사람들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이다.
“approach에 실패하더라도 나는 멋진 사람이다. 그들은 힐끔거리는 것 외에 그녀에게 말조차 건네지 못하고 있는 찌질이다. 최소한 그들보다 나는 훌륭했다.”
approach를 하면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처럼 떨리고 시선이 두렵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와 그녀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 앞에서 떨면 재미를 선사해 줄 수 없다. 나는 모든 찌질이들의 희망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꿈을 가졌으며 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집착하는 마음을 버릴 것을 조언한다. 스스로 저 사람은 부담스럽다거나 어떻게든 번호를 얻고 싶다는 집착의 마음으로 접근하기에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픽업의 백미는 미드 게임이다. 저자는 미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내는 것(DHV, Demonstration of Higher Value)이라고 말한다. 몸짓과 태도, 성격, 스토리텔링 등의 면에서 말이다. 특히 여성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이미 예견된 일인 듯 가볍게 넘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원리 원칙이 있으며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 밖에 필요한 행동 규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어깨를 곧게 편 상대로 안정된 자세를 취한다. 이성과 눈을 마주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누군가 나를 견제해도 무덤덤하게 넘겨 버린다. 높은 자존감을 지녔지만 때로는 과감히 자존심을 버린다.
저자가 생각은 픽업의 본질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픽업의 행위는 수동적으로 이성의 호감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읽어 내는 것이다. 또한 픽업은 없던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따라서 픽업에 있어서 자기 계발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잘나가는 픽업 아티스트들은 픽업의 경험을 쌓은 동시에 지속적인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자신의 삶 자체가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이 픽업을 다루고 있지만 인생을 사는 기본 원리는 픽업 분야라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과 마찬가지로 좋은 픽업아티스트가 되고자 한다면 게으름, 불평, 이기주의, 완벽주의, 열등감을 버리고 목표(최종 목표, 중간 목표, 단기 목표)를 세우며 긍정적 생각으로 살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목표는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목표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이미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픽업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픽업 기술이 놀라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픽업이라는, 가벼워질 수 있는 주제를 저자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고 신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픽업을 비즈니스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또한 끊임없이 연구하며 ‘라이프스타일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안한 그의 남다른 노력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에서 배운 것 중, 내게 이성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게 한 말은 ‘유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을 당하는 법을 배우라’는 저자의 조언이다. 100% 이 말의 깊은 의미를 이해한 상태는 아니지만 뭔가 가슴을 강하게 두드리는 임팩트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했다. 아마도 자신의 심리 상황에 쳐다보기보다는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도 포함될 것이다. 결국 이성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지 내가 원한다고 모두 선택되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엽적이지만 예상치도 않게 그동안 잘못된 상식으로 생활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피부를 관리하고 면도하는 방법에 있어 잘못 알고 행했던 오래된 습관이 있었다는 말이다.
끝으로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상기시켜준 저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성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 읽기가 내 마음을 읽기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관계가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아마도 지나치게 내 마음 읽기에만 집착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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