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기계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by 수다스러운 햇빛 2023. 5. 5.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저자 유시찬 신부는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들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준다. 특히 이 책에는 스펙쌓기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공부는 소홀히 하는 청춘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들이 많이 있다.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나의 본질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의미 있고 올바르게 활용될 수 있는 스펙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운명을 바꾸게 된 계기는 지극히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강릉법원 산하 동해등기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여직원이 근무 시간에 읽던 책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였다. 그 책은 이해인 수녀의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로 이 책을 읽은 후 가톨릭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7년의 신학 공부 뒤 199743세에 사제품을 받게 되었다.

 

책을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저자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불교나 도교 신봉자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불교적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는 것이 긴장'깨어 있음'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긴장은 존재가 아니라 행위를 의미하지만, 깨어있음은 존재 혹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행위는 소유에 이끌리고, 상태는 존재에 이끌려 들어간다. 긴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서 과실을 손에 쥐려는 삶을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대신 깨어 있는 가운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것들이 내 손안이 아니라 물처럼 저절로 흘러가도록 버려두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영성에 관심이 많아서 이 대목을 보다 주의 깊에 읽었다. 그는 진정한 영성이란 자신과 이웃과 자연,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땀 흘려 매진하여 우주 전체를 끌어안고 생명을 가꿔나가는 것이라며,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도 제안한다. 돈에 영혼을 팔지 않기, 긴 안목으로 삶을 대하기, 모든 것을 거리를 두고 보기(모든 것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됨), 고요하게 머물기, 기품과 품격 갖기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마지막 4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사람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떠나라, 접속하며 찾아라, 앉아라를 제시하고 이의 실천을 권고한다. 이 의미를 요약하면,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서 떠나서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찾아 자신만이 앉을 수 있는 고유한 자리를 접속하여 그곳에 앉아 명상을 하라는 것이다.

 

비록 바쁜 일상이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것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앉아서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참나를 찾는 것만큼 소중한 일도 없다. 창조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몸을 남들보다 바삐 움직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이전에 인도에서 구루를 찾아다니고 일본 선사의 영적 지도를 받으며 오랫동안 참선에 몰두했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조언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이 몇 개 있다. 사색을 거듭하지 않으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참된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로 사색보다는 검색에 익숙한 21세기 인류가 깊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검색보다 무거운 사색만이 역설적으로 마음과 정신을 새털처럼 가볍게 해줄 것이다.

 

사랑이란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걸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마음 공부이며 수행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까닭은 자기 존재의 완전성을 이루기 위함이다. 연애와 결혼을 치열한 마음공부로 볼 때, 이는 곧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구도적 삶의 과정이 된다. 이 말을 통해 결혼과 이혼을 쉽게 여기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회복하고, 창조적인 발상이 샘솟을 수 있는 힘을 축적한 것이다. 그 핵심에 깊게 앉음으로써 발견된 참된 자아가 태산처럼 흔들지 않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바로 참된 자아를 발견했을 때, 그 자리가 바로 나만의 꽃자리가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