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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by 수다스러운 햇빛 2023. 5. 8.

저자 노희경은 김수현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이지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이름 외에는 완전히 생소한 분이다. 작품 활동이 20년이 된다니, 아마도 스쳐가듯 몇 번은 그녀의 작품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작품이었는지는 모른다.

 

저자 스스로 글을 쓰는 노동자라는 생각으로 하루 8시간씩 20, 7300일간 고민하고 쓰고 고쳐가는 과정을 통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글자 하나하나에 그녀의 감정과 생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산고 끝에 아이가 태어나듯, 그녀의 글 또한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의 몸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여성이라면 특히 그녀의 이야기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인생 선배의 산전수전 다 겪고 털어놓은 이야기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점들이 드라마 애청자가 아님에도 그녀의 책을 읽게 된 까닭이다.

 

저자가 여성이다 보니 대체로 내용은 사랑이나 가족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남녀를 떠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다. ‘엄마의 치자꽃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엄마가 죽는 건 괜찮은데....정말 그건 괜찮은데.... 보고 싶을 땐 어떡하지? 문득 자다가 손이라도 만지고 싶을 땐 어떡하지? 그걸 어떻게 참지?”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한참 어릴 때는 어머니의 부재는 곧 세상의 끝이라는 세상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니 세상의 끝 내지 우주의 미아 같은 느낌은 퇴색되고, 위 대사처럼 엄마가 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렇다. 영원히 내 옆에 존재할 것 같았던 엄마가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난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평생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하시다 효도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될 것 같은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고인다. 세월이 지금보다 더 흐르면 그때는 내 가족 신경 쓰느라 엄마라는 존재를 잊게 될 것이다.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이런 게 인생 아닌가 싶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식은 끝까지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엄마의 부재로 엄마 손을 잡고 싶을 땐 어쩌지 하는 생각만 드니 말이다. 죽음을 앞둔 엄마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마도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지 못한다. 자식 앞에 엄마는 신과 같은 존재지만 엄마도 인간이다.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에 마주하게 된 엄마는 얼마나 두려울까? 게다가 돌봐야 할 자식까지 남기고 가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리라! 이런 마음들을 자식은 느끼지 못한 채, 엄마의 부재에 따른 자신의 슬픔에만 빠지고 만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내리사랑이라지만, 어버이 살아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도, 지나간 후면 애달픈 게 인지상정이다. 돌아가시고 안 계신 후에 후회하면 어이하겠는가! 먼 훗날 어머니의 부재 후에 어머니, 당신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후회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 간의 사랑을 포함해서 사랑이야말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죽을 때 후회하는 것은 갖고 싶은 물건을 덜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을 덜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치게 사랑하고 죽으라는 저자의 말이 정말 공감된다. 사랑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부족함 없이 사랑하면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러니 미워할 시간도 아깝다. 다만, 사랑이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이것이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인상적인 글귀 하나만 더 언급해본다. “그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필요하다.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고, 패배해야 패배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인용한 까닭은 최근 이를 절감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한 동안 많이 아팠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이 회복되었다.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당시는 참 많이 두려웠다. 그래서 지금은 누가 아프다고 하면 예전보다 더 마음이 간다. 나도 이제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사람은 돕고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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