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 책에 소개된 부정적 감정 등에 대처하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방법이다.
모욕
모욕으로 인한 상처를 없애는 방법 중 하나는 모욕을 당했을 때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모욕을 준 상대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세네카는 이렇게 묻는다. 어째서 자명한 사실을 듣는 것이 모욕인가? 그리고 에픽테토스는 모욕을 준 사람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모욕을 주는 사람은 우리 가슴에 상처를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이 사실이라고 믿거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정직함에 분노하기보다는 냉정하게 그 사람이 한 말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모욕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는 방법이 있다. 그 근원을 존중한다면, 혹은 그 사람의 의견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의 비판에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슬픔
스토아 철학자들이 슬픔을 없애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제안한 것은 부정적 상황 설정이다. 우리가 평소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면, 막상 그들이 실제로 죽는 상황에 직면하더도 겪게 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누구에게나 죽음이 오고 있음을 어느 정도는 각오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 상황 설정을 거슬러 올라가 적용하는 부정적 상황의 소습 적용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애초부터 가지지 않았다고 상상해 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소습 적용되는 부정적 상황 설정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후회를 하는 대신, 한때나마 그것을 소유했었다는 감사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분노
분노에 대처하는 스토아 철학의 최고의 충고로 세네카는 이렇게 말한다. “분노는 순간의 광기이며 이로 인한 상처는 매우 크다. 분노는 도시와 국가는 물론 사람도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는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세네카는 화를 낸다는 것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결론짓는다. 덧붙여 세네카는 분노하지 않으려면 화나는 일들이 실제로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명예
스토아 철학자들은 명예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크다고 말한다. 대신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유에 가치를 둔다. 명예를 원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해 계산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에픽테토스는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자유롭게 우리 자신의 기쁨은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다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아우렐리우스는 타인의 평가에 무심해질 수 있다면 삶의 질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관계
사랑과 우정을 포함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의 원천은 사람이다. 그러나 살면서 느끼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 역시 사람에게서 생긴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스토아 철학자들이 직면한 딜레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면 평정심이 흐트러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스토아 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 전에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 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될 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대의 가치관이 타락했거나 내 가치관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는 사람과는 친구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한다. 세네카는 악한 사람뿐 아니라 늘 불평하는 사람도 피하라고 말한다. 또한 매사에 침울하고 우울한 사람, 사사건건 불평거리를 찾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사람, 늘 화가 나 있고 걸핏하면 짜증을 내며 평정심을 잃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세네카에 따르면 친구가 될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고른다는 말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능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대처법을 비롯해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스토아적 미덕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무엇에도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얻고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부를 정복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정복하고, 기존의 질서보다는 나의 욕망을 바꾸려고 노력하며, 자신의 생각 이외에는 그 무엇도 온전히 통제할 수 없음을 믿으며, 그럼으로써 삶에 최선을 다한 후에는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정의, 용기, 인내, 절제 등 지킬 것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엉켜버린 삶의 실타래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불교의 명상이 추구하는 것과 스토아 철학이 추구하는 평정심은 같아 보인다. 실용성이란 측면에서 저자는 선불교보다 스토아 철학이 훨씬 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선불교가 더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참고할 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적 계층 놀이를 그만두라는 저자의 조언은 시의적절한 것 같다.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기 전에 비싼 차를 좋아했던 저자는 현재 1997년 생산된 자동차로 만족한다. 자신이 허름한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나를 기피한다면 내가 그 사람을 피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사회적 계층 놀이에서 물러나고 겪은 신기한 현상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다고 한다. 즉, 사회적 계층 놀이에서 물러난다면 누군가를 모욕하는 성향이나 잘난 척하려는 성향이 억제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저자를 사회적으로 안전한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이는 사회적 계층에서 유리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말을 걸기도 쉽고 비밀을 털어놓기도 쉽다. 이런 사람에게 친구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된다.
사회적 계층 놀이에서 물러나라는 저자의 말에서 새삼 내가 상류 사회로 신분 상승하기 위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신분 상승이 잠깐의 만족을 줄 수 있을지라도,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데도 어리석게도 거기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저자의 조언대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사회적 계층 놀이의 늪에서 빠져 나오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목 중 가장 와 닿는 구절을 적어보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우리 뜻대로 해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다. 당신이 상처받을 때는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다.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통제하라.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말 (0) | 2023.05.15 |
---|---|
나이듦이 고맙다 (0) | 2023.05.14 |
직언 : 욕망과 쾌락에 휘둘리며 힘든 삶을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조언 (0) | 2023.05.12 |
돈을 부르는 말버릇 (0) | 2023.05.10 |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0) | 2023.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