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어른은 겁이 많다’는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공감이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좋은 글이 많이 담겨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읽었다. 전작에 이어 겁 많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 이러저런 생각들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생각만큼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어릴 때는 나이만 들면 내 고민은 저절로 봄눈 녹듯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냥 시간만 흐른다고 그 고민들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고민의 깊이가 더 커지기도 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중 상당수는 사춘기 시절부터 안고 있는 내 숙제였다. 아직 다 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하나의 실마리는 잡은 것 같다. 그것은 이 책에서 내가 찾은 키워드이기도 하다. 바로 나에 대한 ‘솔직함’이다.
솔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진짜 모습과 다르게 나를 포장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같은 느낌에,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심리가 이와 같을 것이다. 다행히 저자의 조언을 들으면서, 비록 나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도,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행복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나인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 자신에 솔직해져야 한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엄마’라는 두 글자다. 그때 말하지 않아서 다행인 말도 있지만, 그때 해서 혹은 하지 않아서 후회가 되는 말도 있다. 사춘기 시절 누구보다 심리적 방황을 심하게 겪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갈등도 마치 전쟁처럼 힘겨웠다. 물론 순전히 나의 변덕스러운 마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때는 모든 것이 나 아닌 엄마나 다른 사람들의 탓임을,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사실만큼이나 확고하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를 원망하며 안 좋은 말을 적지 않게 했던 것 같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셨지만 나의 말로 인해 많이 마음 아파하셨을 것이다. 그때 했던 말 중에 아직도 나를 부끄럽고 미안하게 만드는 말이, 다른 집과 비교하며 “엄마가 해 준 게 뭐가 있느냐”고 했던 독설이다. 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행이었을 텐데 내뱉고 나서도 한참 후회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아들, 딸들이 엄마에게 이런 비수 같은 말을 던졌겠지만, 적어도 그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성인이 되고 조금은 성숙해지면서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어느 날 엄마에게 그때의 일을 말하며, 늦은 감이 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엄마는 나를 배려해 짐짓 기억 안 나는 듯 말했지만, 말한 나도 기억할 만큼 충격이었는데 듣는 엄마가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은 했지만 그 말 한 마디로 상처받는 엄마의 마음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아물게 될까?
아마도 엄마이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그 말을 후회하며 살 것 같다. 그렇다. 해서는 안 될 말은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앞으로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테니 이제부터라도 그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후회할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그때 꼭 해야 할 말들은 미루지 않고 늦기 전에 해야겠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할 것이다. 2016년 여름 경주에 큰 지진이 있었다. 그 여파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심한 진동을 느꼈다. 아파트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칠 때, 아 이대로 건물이 무너져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가족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죽기 전에 휴대폰으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때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가족의 모습이 눈앞에서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산다는 것 혹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결국 이런 경험들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플루엔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0) | 2023.05.17 |
---|---|
필연적 부자 (0) | 2023.05.16 |
나이듦이 고맙다 (0) | 2023.05.14 |
직언 : 부정적 감정 등에 대처하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방법 (0) | 2023.05.13 |
직언 : 욕망과 쾌락에 휘둘리며 힘든 삶을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조언 (0) | 2023.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