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이라는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일단 검색부터 해보았다. 서른다섯의 가수다. 이효리의 남편인 이상순과도 작업을 한 것을 보니, 대충 어떤 성향의 소유자이고 어떤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는지 짐작이 간다. 나와 코드가 비슷하다는 예감이 살짝 든다. 사실 나는 연예인의 에세이는 왠지 기획된 것 같아 잘 안 보게 된다. 아마 소위 스타라는 연예인의 글이었으면 이 책에 눈길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글에 공감하는 많은 팬들이 있다고 하니, 내 안의 두 마리 강아지인 편견과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고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로 했다. 참 그전에 이 책 제목과 동일한 그녀의 노래가 눈에 띄어 한 번 들어보았다. 우울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삶이 힘겹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속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새벽 세시가 익숙한 사람은 고민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고민은 무엇일까? 가수라는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저자라고 별다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그런 비슷한 고민들을 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이상적 자아와 현실의 괴리감에 오는 그런 번민 같은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고 또 성장하는 것이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말이다.
조금씩 떠밀리듯 어른이 되어간다는 표현이 참 적절한 것 같다. 한창 혈기왕성할 때는 나의 계획에 따라 모든 일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자신감 내지 희망이 있다. 그러나 내 자신감에 근거가 없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는 한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 나이 드는 과정이다. 그러니 저자의 표현대로 씩씩한 걸음걸이는 이미 사라졌는데 노련한 걸음걸이는 아직 배우지 못했음에 늘 불만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내 인생인데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것이다. 내 인생을 내가 산 것 같지 않은 그 느낌을 고상하게 표현하면 실존적 고민 같은 것이다. 샤르트르의 주장처럼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다만, 돌멩이라는 실존과 다른 점은 가능성의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샤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실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라는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혀 새벽 늦도록 잠 못 들고 고민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고달픈 것은 아무도 내 고민을 대신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노릇이 힘든 것이다. 거대한 바위를 지고 산을 오르는 슬픈 운명을 이야기하는 시지프스의 신화는 인간의 가혹한 운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글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강렬하게 느꼈다. 그래서 저자의 삶이 대단해 보이고 나 또한 힘겹지만 고민하며 삶의 무게에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미덕은 무엇일까? 나는 용서라고 생각한다. 용서는 타인에 대한 것이자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한국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인 김철수(1893년 ~ 1986년)이다. 그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말을 남기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독립 운동을 하며 불꽃처럼 파란만장하게 살았지만, 그 많은 재산을 나라를 찾기 위해 다 쏟아 붓고 말년에는 가진 것 없이,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불우하게 살다갔다. 10평 남짓한 토담에서 20여명의 가족들과 힘겹게 살았고, 한국 전쟁 당시는 과거 사회주의 활동을 한 이유로 총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게다가 그 자식들은 공산주의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아버지의 불행한 삶을 이어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를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을 다 바친 조국에 배신당하고, 또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그는 가족들의 죽음과 불행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모든 것을 용서하고 떠나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그에 비하면 내가 겪은 고통과 번민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고 있는지 부끄러워진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거창한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용서면 족하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용서해야겠다. 하고 싶은 일에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도,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도 나를 용서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것이 내가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깨달은 오직 한 가지다. 문득 그녀가 떠났던 그 장소로 나도 떠나고 싶어진다. 교토, 홋카이도, 그리고 금선사로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가봐야겠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그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것 같다. 스님께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인생의 지혜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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